안녕하세요. 은밀한 CFO 인사드립니다.
벌써 25년 전 일이네요. 2001년 봄, 우리 부부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결혼식도 최소한으로 하고, 신혼집도 방 두칸 월세로 시작했어요. 제 나이가 스물 다섯, 남편은 스물 여덟이었네요. 작지만 소중한 월급을 받는 맞벌이 부부의 첫출발은 그야말로 열정과 기백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무서운 게 없었어요. 사랑 하나면 뭐든 될 것 같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었던 25년
두 아이가 태어나면서 삶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 24살이 된 첫째, 18살 둘째. 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저는 한 가지 다짐을 품고 살았어요. "우리가 못 가진 것 때문에 아이들의 가능성이 막히는 일은 없게 하자."
잘 먹이고,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교육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저도 우리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학원을 다니고 책을 샀습니다. 그 전문성이 곧 가족의 밥벌이라고 믿었으니까요.
처음 10년은 솔직히 정말 빠듯했어요. 남편의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고, 급한 대로 닥치는 모든 일을 하고, 사업도 해보고 그 와중에 맞벌이라 아이들을 돌보는 비용도 들여야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꾸준히 무슨 일이든 찾아서 했고 어느 순간부터 둘 다 수입이 나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버는 만큼 또 쓰게 되더라고요. 그 바람에 통장 잔고는 늘 제자리였어요. 번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작은 보석 하나 살 줄 몰랐고, 흔한 명품 하나 사지 않고 쓸 데만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남는 게 없었습니다.
50세가 되던 날, 통장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 제가 48세가 되었을 때, 그만 암에 걸리고 말았어요. 다행히 비교적 초반에 발견해서 지금은 건강을 빨리 회복중이긴 합니다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했어요. 수입의 반이 줄다보니 비상등이 켜졌지만, 들어놓은 보험 덕분에 병원비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일단 1년 정도의 수입공백은 막을 수 있었어요. 보험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된 계기였죠. 하지만, 그만큼 보험의 허점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시간이 생기고 마음도 불안하다보니 그제서야 통장잔고와 우리의 미래가 더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 오십에, 주변을 돌아보게 되니 제 또래의 친구들은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ETF다 하면서 자산을 불려나갈 때, 저는 그쪽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전혀 이루어둔 것이 없었어요.
네. 그렇게 50세가 됐습니다. 솔직히 내 집 한 칸 없이요. 아직도 전세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전세도 2억이라는 대출을 받은 상태라 매달 무거운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내며 살고 있답니다. 변변한 투자 계좌 하나 없고요. 남아 있는 건 몸이 전부인 우리가 혹시나 큰일 날까봐 두려운에 들어둔 보험이 23개나 되었고(그것도 굉장히 안좋은 조건에서 눈감고 계산해볼 사이도 없이 그냥 꾸준히만 넣어둔 거였죠.) 복리가 된다는 장기 적금 하나, 잘 알지도 못하고 어쩌다 가입한 펀드 하나, 그리고 언젠가 돈 생기면 돈을 많이 넣어서 비과세혜택 받을 거라고 야심만만하게 만들고는 월 1만 원씩만 무려 231개월을 넣어온 장기주택마련비과세 저축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사실 돈이나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는 사람이 쓰는 부끄러운 이야기가 될 겁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라 생각해서, 있는 그대로 쓰고 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하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서류를 정리하다가 거의 잊고 있던 펀드 수익률을 확인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가입해서 10년 넘게 그냥 묵혀뒀던 펀드. 별 기대도 없이 앱을 열었는데 수익률이 234% 였습니다.
순간 멍해졌어요. 신경을 1도 안 쓰고 방치해뒀던 돈이 두 배 넘게 불어 있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저 묵혀두기만 했던 돈이 만들어낸 '복리의 마법'과 '장기 투자'의 위력을 제 통장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죠.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 시간을 조금만 더 알고 썼다면 어땠을까."
후회가 밀려왔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희망도 함께 왔습니다. 몰랐던 내가 이 정도라면, 제대로 알고 시작하면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그게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진짜 이유입니다.

전환점: '가족 CFO'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경제 전문가가 아닙니다. 투자 고수는 더더욱 아니에요.
그냥 50세 워킹맘입니다. 25년 결혼 생활을 함께 버텨온, 내 집 한 채 없는 평범한 엄마.
하지만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뒤늦게라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가족의 돈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새는지 직접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에요. 내 손으로 현금흐름을 통제하는 것, 그게 첫걸음이었습니다.
이름하여 '가족 CFO 프로젝트'. 이 블로그는 그 과정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첫 번째 행동: 우리 집 보험부터 전면 '리모델링' 했습니다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눈에 걸린 항목이 있었습니다.
다달이 무려 **146만 2,554원**이라는 큰돈이 묶여 있던 보험료였습니다. "10년, 20년 뒤에 원금을 돌려준다"는 말을 믿고 든든해하며 유지해왔던 **'환급형 보험'**들이 주범이었죠.
예를 들어, 아이들 이름으로 10년 전쯤 가입했던 '00아이사랑보험(환급형)' 상품의 경우 매월 12만 6,450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납입했으니 한 아이당 부은 원금만 1,50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모두가 환급형은 아니었고 보험이 5년 정도 된 것들도 있으니 아마 그동안 낸 보험의 액수만 해도 8천만원은 족히 넘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공부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먼 훗날 돌려받는 원금의 가치가, 지금 내가 내는 돈의 가치와 같을까요? 자산관리의 기본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인데, 환급형 보험은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 화폐 가치를 갉아먹고 있는 구조였습니다.
기회비용까지 꼼꼼히 따져본 후, 저는 가족 CFO로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10년을 부어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지만 비싼 환급형은 미련 없이 해지하고, 꼭 필요한 보장만 챙길 수 있도록 저렴한 **'순수 보장형(소멸형)'**으로 전면 교체하는 **'보험 리모델링'**을 단행했습니다.
리모델링 후 확보한 현금: 39,913,599원
보험사 고객센터와의 긴 통화들을 끝내고 며칠 뒤, 제 통장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뛰었습니다.
**39,913,599원.**
보험사에 묶여 인플레이션에 녹아내리고 있던 돈을 깨워, 우리 집 자산을 불려줄 강력한 첫 번째 **'종잣돈(시드머니)'**으로 되찾아온 겁니다. 무려 약 4,000만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목돈입니다. 물론 반은 날렸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내가 아팠어서 받았던 보험금을 생각하면 손해는 아니었고, 소멸형이었다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다만, 소멸형으로 들었더라면 그동안 그 돈을 어딘가에 투자해서 꽤 불렸을 수도 있죠. 속상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은 게 어딥니까. 마이너스 적금을 들었다 생각하고 보험 넣느라 다른 곳에 소비하지 않았다고 위로했죠. ㅎㅎ
효과는 사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환급형을 소멸형으로 바꾸면서 **우리 가족이 매월 내야 할 총 보험료 지출이 146만 2,554원에서 92만 642원으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다달이 숨만 쉬어도 나가던 낭비성 지출을 잡아내, **매월 약 54만 원의 가계 현금흐름까지 추가로 확보**한 것이죠.
이제 이 소중한 3,991만 원의 실탄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추가로 확보된 매달의 현금흐름으로 어떤 투자 구조를 만들 것인지 설계할 차례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저처럼 재테크를 늦게 시작하신 분, 혹은 열심히 살았는데 남는 게 없어서 막막하신 분들이 이 블로그를 찾아오실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우리나라가 들썩들썩하는 와중에서도 저는 그냥 하루 하루 바삐 살았던 것 밖에 없는데, 참 난감하더라고요. 오히려 아프고 조금 시간이 생기니 통장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이건 나만 겪는 걸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낸 용기입니다. 저 스스로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요.
늘 배워왔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글들은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실행하고 있는 과정을 그대로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부끄럽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피하고만 싶었던 우리 집 자산의 민낯과 진짜 숫자들을 다음 편에서 가감 없이 그대로 공개하겠습니다.**
다음 편 예고
확보한 3,991만 원의 목돈을 그냥 통장에 넣어두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전세자금대출 이자, 고정 지출, 변동 지출. 이 모든 흐름을 한눈에 보기 위해 저는 가계부 앱 대신 **엑셀을 켰습니다.** 우리 가족만의 자산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다음 편에서는 그 엑셀 시트를 처음부터 어떻게 구성했는지, 숫자를 마주하면서 무엇을 새롭게 발견했는지 그대로 공개합니다.
👉 **다음 글 예고: "엑셀로 그린 우리 집 자산 지도 – 2027년 3월, 이자 64만 원이 0원이 되는 날을 설계하다"**